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몽환적인 피아니시모

피아노

2026.4.28

음악 하면서 번아웃 온 적 있으신가요?

사실 요즘 피아노 건반 앞에 앉기가 싫어요. 이런 말 하기 좀 부끄럽지만, 10년 넘게 해온 건데 요즘은 진짜 하기 싫다는 느낌이 처음 드는 것 같아서요. 특별히 큰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, 콩쿠르 준비 끝나고 나서부터 그냥 뭔가 다 빠져나간 것 같은 기분이에요. 연습해도 아무 감흥이 없고, 레슨도 그냥 습관적으로 가는 느낌이고. 예전엔 새로운 곡 받으면 설레었는데 요즘은 또 외워야 하네라는 생각부터 들어요. 좋아하는 곡을 쳐도 그냥 손가락만 움직이는 느낌이랄까요. 주변에 얘기하면 잠깐 쉬라고 하는데, 솔직히 쉬는 게 더 불안하기도 해요. 너무 오래 쉬면 다시 못 돌아올 것 같은 두려움이랄까요. 그렇다고 억지로 앉아있어봤자 손만 지나가고 머리는 딴 데 가 있고. 이게 번아웃인지 단순 슬럼프인지도 잘 모르겠어요. 이런 감정 느껴보신 분 있으신가요? 어떻게 다시 음악이 좋아졌는지 궁금해요. 아니면 그냥 그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셨나요? 뭐가 됐든 솔직한 얘기 듣고 싶어요. 지금은 그게 제일 필요한 것 같아요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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댓글 6

조
조용한 화음첼로4/29
오케스트라 8년차인데 저도 4년차쯤에 정확히 같은 경험 했어요. 건반 앞에 앉기 싫다는 거 진짜 공감... 저는 그때 2주 동안 악기를 아예 안 만졌어요. 불안했지만 2주 뒤에 다시 잡았을 때 "아 이 소리가 좋았지" 하는 느낌이 돌아오더라고요. 번아웃이면 쉬는 게 답이에요. 다시 못 돌아올 것 같다는 두려움은 거짓말이에요 — 10년 넘게 한 사람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아요.
조
조용한 레가토비올라4/29
비올라도 마찬가지 경험 있어요. 저는 그때 음악 말고 다른 취미를 일부러 만들었어요. 등산이랑 요리에 빠졌는데 ㅋㅋ 한 달 정도 그렇게 하니까 어느 날 갑자기 연습하고 싶어지더라고요. 몸이 원할 때 돌아가면 돼요. 억지로 앉아있는 건 오히려 더 싫어지게 만들어요.
귀여운 만돌린
귀여운 만돌린튜바4/29
자신의 성향에 따라 달라요. 쉬는게 좋은 사람(외향적인)은 쉬는게 좋고 그래도 연습을 꼭 해야 하는사람(내향적인)은 연습으로 스트레스를 푸는게 좋아요.
사
사랑스러운 레가토피아노4/29
학원 14년 운영하면서 번아웃 2번 왔었어요. 첫 번째는 5년차, 두 번째는 10년차. 둘 다 공통점이 "남들한테 보여주기 위한 연주"에 지쳐서였어요. 콩쿨이든 레슨이든 결국 다 평가받는 거잖아요. 저는 회복에 제일 효과 있었던 게 "아무도 안 듣는 연주"였어요. 새벽에 혼자 학원 가서 내가 좋아하는 곡을 아무 기준 없이 치는 거요. 테크닉 신경 안 쓰고 그냥 치면 옛날 처음 피아노 좋아했던 감정이 돌아오더라고요.
포
포근한 클라리넷피아노4/30
석사 1년차인데 지금 딱 이 상태예요... 건반 앞에 앉으면 한숨부터 나오고. 근데 이 글이랑 댓글들 읽으니까 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게 위안이 돼요. 저도 좋아하는 곡 하나 목적 없이 쳐봐야겠어요. 입시 때 치던 곡으로 돌아가면 그때 감정이 돌아올까요 ㅋㅋ
사랑스러운 선율
사랑스러운 선율색소폰5/5
색소폰인데 번아웃 왔을 때 클래식 보면대 치우고 재즈 스탠다드 넣고 막 불었어요. 정확성도 뭣도 신경 안 쓰고 그냥 소리 내는 것 자체를 즐기는 시간으로요. 한 2주 그러다 보니까 아 나 소리 내는 게 좋았구나 하는 원초적인 감각이 돌아오더라고요. 클래식 안에만 있으면 항상 평가받는 느낌이라 지치는데, 잠깐이라도 채점표 없는 연주를 해보면 환기가 돼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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